6/15/2021

Autism and Parallel Universe

오늘 저녁 유난히 아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인지 감각이 떨어져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많이 힘들어하면서 잠들었는데, 나도 침대에서 같이 잠들었다가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외식을 하려고 걷고 있었다.

이전의 꿈에서 항상 나타나던 익숙한 장소이다.

어렸을 때 살았던 고향인 부산이었고 중심 상가 쪽 거리의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거리를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한다.

나는 잠시 혼자서 멈추고 신고 있던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보니 내 가족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잠시 당황했다가 원래 가던 길을 갔겠지 하고, 빠른 걸음으로 뒤쫒아 보았다.

길이 끝나는 막다른 곳까지 도달했고, 오른쪽은 공원으로 가는길이며 왼쪽은 차도로 가는 길이다.

공원 쪽은 야간이라 문이 닫혀있어 차도 쪽으로 내려갔다.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잃어버린 것 같다.

(꿈이라서 그런지 이 시점에 나는 가족에게 전화를 해볼 생각은 하지 못한다.)


꽤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헤매다가 눈에 보이는 지하 상가로 들어가 보게 되고,

어떤 병원 치료실 같은 장소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이미 의사 선생님과 치료를 대기하는 다른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나 다른 가족에게 현재 내가 처한 문제를 설명하고 혹시나 내 가족을 보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도 내 상황을 이해할 리가 만무하다.


잠시 후, 바깥으로 다시 나와서 갑자기 생각난 것이 바로 내 동생한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이 시점이 중요한데, 꿈이 영화처럼 기억의 조각을 관망만 하는 무대가 아니라, 내가 자의적으로 처해진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는 의식이 투영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후에 꿈에서 깨어나 복기를 할 때도 이 부분은 신기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꿈에서 내가 왜 이걸 안했지? 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기 때문이다.)


이제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드디어 전화를 동생이 받았다, 자 이제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갑자기 누구냐고 미친놈처럼 나에게 말한다.

자기는 형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잠시 멍했다.

일반적인 현실의 일부를 투영해서 무의식을 따르는 꿈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강제로 설정된다는 것은....

혹시 내가 평행 우주로 와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까 저녁을 먹고 나서 슬리퍼를 구두로 갈아 신는 그 시공간이 웜홀을 동작시킨 것일까?

(지난 주에 집사람과 마블 미드 '로키'를 정주행 하고 나서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로키에서 평행우주와 멀티버스에 대한 내용이 심도 깊게 다루어졌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정교하게 꿈에서 조합되서 설정이 만들어지는 것도 신기할 따름.



다시 꿈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이런 상황에 갑자기 무언가 번쩍 생각이 났고, 아까 들렀던 병원으로 다시 뛰어갔다.

왜냐하면 아까 치료실에서 대기하던 가족이 엄마 아들 딸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고, 나도 다시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미묘하게 원래 세계의 내 가족을 닮았다, 아니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생동감 넘치고 정교하게 짜여진 반전 구조의 플롯이 나의 꿈에서 만들어지다니!

(매주 한번 이런 꿈을 꿀수 있다면 해리포터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엄마와 딸이 아닌, 가장 오른 쪽에 앉아 있던 아들이었다.

그 친구는 퉁퉁한 내 아들과는 달리 적당히 마른 체형에 눈망울도 초롱초롱한 지극히 정상적인 멋진 아이였다.

원래 말을 제대로 못하는 내 아들과는 달리 조리있게 또박또박 나에게 말을 잘했다, 

맑은 목소리가 너무나 생소했지만... 저 친구가 내 아들이 맞음을 틀림없이 알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내가 받은 충격이 너무나 컸는지, 나는 꿈에서 깨어버린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항상 꿈에서 깨는 저주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현실에서는 내 옆에서 아들이 오늘 따라 힘들게 호흡이 불편한 소리를 내며 뒤척이며 자고 있다.

지금 꿈의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야겠다 생각하고 아들 방을 나서는데,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에, 손잡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빛이 몇 번 점멸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히 반짝거리는 빛이 아니라 무언가 희미한 후광이나 오라 같은 것이다. 이 방을 나서지 말라는 것인가?

손잡이 앞에서 잠시 더 기다려 보았지만, 후광은 사라지고 더 이상 다른 변화는 없다.

(평행 우주의 게이트가 닫힌 것일까, 너무너무 아쉬웠다.)


나는 긴급히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키고 다시 꿈을 차근차근 복기하며 글을 작성한다.

일반적으로 나는 꿈이라고 함은 뇌에서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던 조각들이 대충 모여져서 꿈에서 무의식으로 잠시 비쳐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중에서 고질적으로 엉켜서 지워지지 않는 영역은 무언가 반복적으로 장소나 상황으로 꿈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고.

즉 나의 의지와 주관이 전혀 투영되지 못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비디오 테이프를 잠시 틀어서 보는 그런것.


그런데 오늘 나의 꿈은 그런 종류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대단히 정교하게 짜여졌고 명확한 반전 구조.

이런 완성도의 꿈은 내가 의도하고 원해서 꿀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누군가가 의도한 무대로 초대되어 상황을 겪고 온 것이고, 누군가라고 하면 반대편 평행 우주에 있던 내 아들일 것이다.

그는 포탈을 열어서 나를 초대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자기는 잘 있으니 현 우주에서의 희망을 버리지 말라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만나보자

라는 메시지였을까, 만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평행 우주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웜홀을 생성시키지 않는 한,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런 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놀라울 따름이다. 

꿈이란 내가 의도하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고, 이 정신적인 메타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오늘 자기 전에 아들이 유독 자폐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잘 때도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며 힘들어하며 잠들었는데,

이 녀석이 무언가 내 의식에 불을 킨 것이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자기가 태어난 곳이 우연히 1우주와 2우주 사이에 있는 변두리 부근이었고, 양쪽을 오가면서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정상적인 사고가 발달하기도 전에 이런 상태가 경험이 되면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을 것이고,

또한 2개의 우주가 지배하는 법칙이 전혀 다를 것이므로 이에서 오는 괴리가 어떤 것일지 나는 아직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자폐증에 대해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세포 증식 시점에서 유전자 적인 결함이 형성되고, 신경 전달 체제의 문제가 생겨서 감각 조절이 정상적으로 제어가 안되어, 지능 발달과 사교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현상.

이렇게 의학적으로 딱 정의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런 생각에 자폐증과 평행우주 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보니, 글들이 나온다.

- Autism & parallel universe

- A Parallel Universe: A Journey Through Autism

신경 전형적인 병렬 우주 입력 : 그렇다 내 꿈이 방금 이런 경험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현재 내가 적응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사고 구조를 기반으로 단순하게 투영하여  해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좀 더 폭넓은 관점에서 (neuro science가 아닌 neuro psychology) 자폐 행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위 전문가라고 말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자폐 현상은 관찰만 하는데 그들이 이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런 아이를 가진 부모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다녀왔던 제 2우주, 이곳은 전혀 다른 물리 법칙과 신경 구조가 있을 수 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암흑물질, 에테르, 마나, 포스가 떠다니는 곳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1우주에서 적응을 못해서 나타나는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울 수도 있고, 이런 잠자리에서 꿈을 이용하여 탐험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그곳은 내가 의도하지 않고 제 2우주의 기묘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꿈을 꾸려면 우리 아들을 좀 더 괴롭혀서 힘들게 만들어서 재워야 할텐데.


솔직히 제 2우주가 몹시 부럽기는 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우주에서는 남편이 죽고 없었다, 나는 그곳에 갈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